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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 Fruits of My Woman

Korean
2000

저자인 한강(韓江)씨는 우리 소설문단에서 가장 나이어린 세대에 속하는 작가로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문학과사회』 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저자는 소설집 『여수의 사랑』 (1995년), 장편 『검은 사슴』 (1998년)을 통해 드러나듯이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지난해에는 중편 [아기 부처]로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는 96년 봄부터 올해 봄까지 쓴 8편의 작품이 모여 있다. 첫소설집처럼 이번 소설집에서도 저자는 `삶의 고단함과 희망 없음에서 유래한 슬픈 아름다움`(김병익)을 시적인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번 작품집의 앞에 수록되어 있는 [어느 날 그는] [아기 부처]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등은 등장인물이 모두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해서 인간관계가 어긋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 날 그는]이란 작품은, 고시원에서 지내며 단조로운 일상생활만을 영위하는 퀵서비스맨이 책배달을 하다 만난 여자와 사랑하게 되면서 희망찬 앞날을 그려보지만 사소한 언쟁에서 시작하여 관계가 파탄나는 전과정을 면밀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여자의 입을 빌려 영원한 사랑의 불가능함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순간의 진실일 뿐으로 영원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기 부처]에서는 남편의 몸에 있는 흉터로 인해 잠자리를 같이하지 못하고 소원해지는 부부관계를 그린다. 이 소설은 다른 젊은 여자를 사랑하다 실연을 당하는 남편의 절망을 읽은 아내가 그 절망까지 따뜻하게 감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는 실직자 아빠와 함께 도망간 엄마를 찾아다니는 아이의 심정을 그렸다. 독이 든 빵을 자기에게 먹이려다 그만두는 아빠를 보고 삶의 슬픈 운명을 아이는 감지한다.

표제작 [내 여자의 열매]는 바닷가 빈촌에서 태어나 세상 끝으로 떠나고자 하다가, 사랑도 세상 끝까지 가는 한 방법이라고 믿으며 결국은 결혼하여 정착해 사는 여성을 그리고 있다. 그녀와 남편 사이에는 점차 사랑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진다.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먼곳으로 달아나는 꿈이 좌절되자 그녀는 베란다에 나가 점차 식물이 된다. 그리고 그녀는 베란다 천장을 뚫고 옥상 위까지 뻗어오르는 꿈을 꾼다. 이 탁월한 작품을 통해 저자는 삶의 고단함과 희망 없음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한강 소설 [붉은 꽃 속에서]는 [아기 부처]에서 언뜻 엿보인 불교적 세계관이 많아 드러나는데 이는 삶의 고단함을 받아들이고 감싸안는 하나의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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